26/11/2024
당장 모든 차별의 완전한 종식을!
-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
지난 10월 27일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는 서울 도심에서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를 열었다. 이들은 동성혼 법제화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를 주장했다. 같은 날 교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되었고,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실천하는 국민대 학생 모임 ‘비상구’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주장의 근거들이 사실이 아님을 밝히며, 모든 차별의 종식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한다.
① 표현의 자유,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억압한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억압할 것이라 말한다. 마치 동성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기만 해도 처벌하는, 독재 정권에나 어울릴 법안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장혜영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안에 의하면, 차별금지법은 인종, 성별, 성적지향, 나이, 고용형태, 종교, 출신지역 등 합리적이지 못한 이유로 고용, 재화·용역의 공급·이용, 교육, 행정서비스 제공·이용에서 발생하는 차별을 규제하는 법안이다. 개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은 애초에 차별금지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즉,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담긴 댓글을 게시한다고 해도, 교회에서 동성애를 비판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다. 만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한다면 이는 오히려 당장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여 개선해 나가야 할 일이지, 차별금지법 자체를 부정하고 반대해야 할 일이 아니다.
②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으니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필요 없다?
차별은 단 한 가지의 이유만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인간의 정체성은 다양하며 연결되어 있고, 개인의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역시 그러하다. 성별, 장애, 나이, 피부색, 고용 형태 등 차별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여성 이주민을 떠올려보자.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여성이자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한다. 그가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 하나의 사유만 선택해야 할 것인가? 차별금지법에서 포괄적 사유를 명시한다는 것은, 피해자들의 경험을 토막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경험한 차별을 그대로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개별적 차별금지법조차 닿지 못하는 영역은 광활하다. 예를 들자면, 한국에는 노동 현장에서의 성차별을 막기 위한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이나 양성평등기본법 등이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교육, 행정 서비스, 재화·용역 등 수많은 분야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구제받을 순 없다. 신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유승익 교수는, "아직 알지 못하는 차별 사유나 영역, 차별의 범위나 개념이 존재할 수 있다. 새로운 차별 사유가 등장해 문제가 될 때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③ 차별금지법이 악용될 여지가 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악용될 여지가 크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며 남성들이 여성 공간을 침범하여 성폭력을 저지르거나, 성범죄자 취직 금지 조항이 무력화될 수 있고, 역차별을 이유로 여대나 여성 할당제가 폐지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는 차별금지법과는 관련이 없는 주장이다. 첫째, 현재도 화장실에 출입하기 전에 별도로 성별을 확인하는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화장실에 무단으로 출입하여 성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지금도 가능하다. 또한, 누군가 스스로 성소수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그 사람이 저지른 성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전혀 다른 두 문제이다. 둘째, 가장 최근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특정 사람만 수행할 수 있는 직무이거나, 현존하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개인 및 집단을 우대하는 행위는 금지하지 않는다. 여성 등의 소수자를 위한, 분명한 필요성을 가져 존재하는 보호가 파괴될 걱정은 차별금지법과는 무관함을 의미한다. 성범죄자 채용 금지 조항과 여성 할당제, 여대는 이미 차별금지법에 예외로 명시되어 있다.
④ 소수자를 기득권으로 만들고 역차별을 초래한다?
차별금지법은 특정 집단만의 이익을 보위하기 위한 법이 아니다. 차별은 구조적이고 뿌리 깊은 배경에 의해 추동되는 현상이지, 집단 대 집단의 대결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성별 임금 격차는 남성과 여성이 대결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사회적 재생산을 통제하려 하는 자본주의적 착취의 체제에 의해 추동된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2006년에 처음 발의되었다. 현재까지 총 8번이나 발의되었지만 매번 철회되거나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이는 국회의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보수 양당이 차별금지법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제나 ‘먹고 사는’, ‘민생’을 말하는 양당은 왜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지 않는가? 그 누구도 차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차별과 혐오는 사람을 굶기기도, 죽이기도 하지 않는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거창한 겉치레가 아닌, 대한민국 헌법에 명백히 수놓인 평등권을 구체화하는 '기본법’이다. 실천하는 국민대 학생 모임 비상구는 차별금지법을 방관하며 오히려 혐오 세력의 거짓으로 점철된 주장에만 동조하는 보수 양당을 규탄한다. 22대 국회는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하라. 차별금지법을 넘어서 차별과 착취의 완전한 종식을 향해 나아가자. 투쟁!
2024.10.31
실천하는 국민대 학생모임 '비상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