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2026
Made in Seoul
처음 충무로 인쇄골목에 들어섰을 때 조금 충격을 받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7-80년대 어디쯤으로 온 것 같은 느낌.
인쇄골목을 처음 오게 된 건, 15년 전쯤 카카오 초창기 시절 기자간담회 굿즈를 제작하기 위해서였다. 판교에서 일하던 나는 모든 것이 당연히 기계로, 자동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오래된 기계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많은 손. 여전히 많은 것들이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계를 다루는 기장님들의 손맛에 따라 제품과 인쇄의 퀄리티가 확연히 달라진다.
그레이프랩을 하면서 아날로그 세상으로 진입한 나는 이제 충무로를 자주 드나든다. 까다로운 그레이프랩의 제품들도 이제 제법 기장님들 손에 익어, 내가 굳이 감리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항상
“이젠 제가 안 와도 되겠어요.”
해놓고는 다음에 또 나타나서 귀찮게 군다.
오늘은 처음 보는 웬 젊은 사람이 기계를 다루고 있었다. 사장님 아들이라고 했다.
이 어려운 일을 금방 해내는 걸 보니 괜히 흐뭇했다.
아, 이 인쇄골목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겠구나.
항상 박카스를 사가곤 했지만, 오늘은 젊은이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드리고 나왔다.
보물 같은 충무로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그래서 우리 디자이너들이 마음껏 상상하는 것들이 계속 서울에서 만들어질 수 있길 바란다.
#그레이프랩 #충무로 #지스탠드 #인쇄골목